제도학파적 접근법
- 경제에서 개인을 형성하고 영향을 주는 것은 사회적 규범, 즉 제도이다.
경제학에서 제도학파의 탄생
19세기 말부터 일부 경제학자들은 고전주의 및 신고전주의 학파들이 개인의 사회적 측면을 과소평가하고, 때로는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에 대한 반발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을 형성하고 영향을 주는 사회적 규칙, 즉 제도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접근법을 따르는 이들을 제도학파라고 부릅니다. 1980년대 이후 발전한 신제도 경제학파와 구분하기 위해 이들을 구제도 경제학파라고도 부릅니다. 이 구제도 경제학파는 사회의 제도적 측면을 강조하며, 개인과 경제 활동이 그러한 제도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습니다.
개인은 제도와 규범으로부터 탄생된다.
제도학파의 기원은 소스타인 베블런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베블런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고전적인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신념, 습관, 본능 등 다양한 동기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성은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그는 인간의 합리성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을 둘러싼 제도, 즉 공식적 규칙과 비공식적 규칙에 의해 형성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블런에 따르면, 사회 제도는 그 구성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이렇게 변화한 구성원들이 다시 제도를 바꾸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베블런의 제도 중심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마르크스학파와 독일 역사학파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20세기 초 미국의 경제학자들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학파가 등장하였습니다. 이는 1918년 베블런의 제자이자 당시 이 그룹을 이끌던 웨슬리 미첼을 수장으로 하는 제도학파의 공식적인 탄생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제도학파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시기는 뉴딜 정책을 시행한 시대였습니다. 뉴딜 정책은 많은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이 설계와 실행에 참여했으며, 이는 거시 경제 정책보다는 공익사업 규제, 노동조합, 사회 복지, 그리고 금융 규제 등 제도에 관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실, 뉴딜이 케인스주의에 기반한 프로젝트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지만,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은 1936년에 출간된 것으로, 이는 2차 뉴딜이 시작된 후 1년 뒤의 일입니다.
아서 번스와 같은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이후에도 미국의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번스는 1953년부터 1956년까지 미국 대통령 경제 고문단장을 역임하였으며, 1970년부터 1978년까지는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 의장을 맡았습니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그는 제도학파의 관점에서 미국의 경제 정책을 크게 영향 미쳤습니다.
제도학파의 쇠퇴, 개인은 사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향에 의해 결정된다
1950년대부터 미국에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 이후 제도학파는 점차 쇠퇴하였습니다. 신고전주의 학파는 좁은 시각으로 경제학을 다루는 제도학파를 단지 다른 접근법의 학파가 아니라 지식적인 부분에서 열등한 것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리고 제도학파의 자체 불완전성 역시 그들의 몰락에 기여했습니다. 제도학파는 제도를 공식적인 집단 결정 과정이나 역사의 산물로만 이해하려 할 뿐 제도가 어떻게 생성되고 지속되며 변화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이론화하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제도는 여러 방식으로 형성됩니다. 제도는 합리적인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자발적인 질서일 수도 있고, 개인이나 조직이 복잡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인식 장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권력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결과로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제도 형성 방식을 제도학파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그들의 약점이었습니다.
제도학파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개인의 사회적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결국에는 구조 결정론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사회적 제도와 그 제도가 구성하는 구조가 모든 것이며, 개인은 그가 살고 있는 사회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접근방식은 개인의 역할과 선택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당시 미국의 제도주의를 주도하던 클래런스 에어스의 유명한 발언, "개인이란 없다."는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게 제도학파 내에서 개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은 그들의 학문적 접근법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제도 학파의 탄생, 제도와 거래 비용
1980년대부터 올리버 윌리엄슨, 로널드 코스, 더글러스 노스 등을 중심으로 신제도주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파가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신고전주의와 오스트리아학파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도주의라는 이름을 채택함으로써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무시하는 전통적인 신고전주의 학파와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신'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하여, 이제는 구제도주의라고 불리는 기존의 제도학파와의 차별화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그들이 구제도 학파와 갈라지는 주요한 차이점은 개인의 의식적 선택을 통해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는지에 대한 분석에 있습니다. 신제도주의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거래 비용'입니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는 생산 비용만을 주로 고려하지만, 신제도주의에서는 경제 활동을 조직화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일부 학자들은 거래 비용을 시장에서의 교환에 관련된 비용으로 국한합니다. 이들은 가격 협상, 물품 구매, 등의 활동에 드는 시간과 돈을 거래 비용으로 간주합니다.
다른 일부 학자들은 거래 비용을 '경제 체제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 전체'로 보는 더 넓은 관점을 취합니다. 이 관점에서는 시장 교환뿐만 아니라 교환 후의 계약 관계 유지에 드는 비용도 거래 비용에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이 넓은 정의에 따르면, 노동자 감독, 법원 운영, 절도 방지를 위한 경찰 활동 등의 비용까지 모두 거래 비용으로 간주합니다.
'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 경제학, 행동주의 학파 (0) | 2024.04.05 |
---|---|
독립적 사고의 그늘: 경제학에서 개인주의적 관점의 모순 (0) | 2024.04.05 |
경제학에서 노동자와 정부 그리고 현대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 (2) | 2024.04.05 |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경제학 (0) | 2024.04.05 |
경제학의 다른 시각, 오스트리아 학파: 자유시장과 개인의 선택이 만드는 경제 (0) | 2024.04.05 |